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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10년 안에 온도 변화를 늦추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 무려 10여년 전 초등학교에서부터 들어온 경고입니다. 여느 종말론과 같이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고 여전히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 책의 표현을 빌려 종말론적 환경주의를 듣고 있노라면 일련의 이야기들이 무언가 매끄럽거나 논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신뢰성 높은 언론과 영향력있는 NGO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논리적 비약이나 틀린 주장을 할 것이란 생각을 지우기 마련입니다.

이윽고 환경에 대한 갖가지 구호가 머릿속에 잘 남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질때쯤, "학술적인 표현" 혹은 "학자식 표현"은 죽음, 멸종, 종말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종말론적 환경주의를 다시금 생각하고 있어보니 과연 의견 하나 표출하는 것도 조심하는 학계가 과연 그렇게 위험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할까 싶게 됩니다. 그런 의문을 가진지 얼마 안되어 이 책에서 자극적인 표현이 등장한 배경이나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짜 지옥

열성적인 환경운동가로서 활동하던 저자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방문합니다. 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에서 이야기하는 세계 종말은 콩고에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콩고는 기후 종말 예언자들이 말하는 참상이 모두 벌어지는 곳입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콩고는 숯으로 생활하는 곳입니다. 숯 이상의 에너지 인프라는 매우 부족해서 콩고의 숲 산업 인프라는 매우 큽니다. 숯은 나무에서 얻어야 하므로 콩고 사람들은 숲을 마구잡이로 벌목합니다.숯 대신 전기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콩고에는 그동안 몇가지 프로젝트, 특히 수력 발전 댐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시도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노력은 환경운동가들의 반대로 무산됩니다. 그럼에도 환경운동가들은 수력 발전 댐의 효과적 대체제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석유가 필요하다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나무나 숲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게 하려면 석유나 저렴한 전기를 공급해야합니다. 숲을 파괴하며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태양광 발전에서 오는 값비싼 전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에너지 밀도" 개념을 제시합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을 수록 친환경적이고 비용 절감적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양의 자원을 투입하고도 에너지 밀도에 따라 얻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다르므로 더 경제적이고 싼 경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숲의 파괴를 줄이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뿐더러 발전 과정에서 얻게 되는 부산물인 오염 물질도 점점 더 줄어들게 되는 효과를 얻습니다.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

저임금 노동은 세간의 인식과는 반대로 환경을 되살리고 최빈국 경제를 부양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빈국의 생활은 화전을 이루고 농사에 전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인근에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있다면 야생동물과의 갈등을 겪으며 야생동물로부터 입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밭을 더욱 개간하게 됩니다.

저자는 최빈층의 자녀가 도시에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며 경제적인 발전뿐 아니라 자립을 얻은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례 속 인물은 매 끼니를 걱정하며 자연동물과 갈등을 반복하던 삶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가난으로부터 탈출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탈출 사례가 국가의 경기와 생산성을 부양하고, 생산성, 특히 농업 생산성의 증가가 자연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합니다.

고밀집 농업의 오해

고밀한 축사 농업은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축은 방목해 기르고 농지는 각종 규제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하지만 농업 생산성과 더불어 고밀집 농축산업은 자연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같은 양의 생산물을 얻는데 더 적은 땅만 사용하면 되므로 더 많은 산림을 지킬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고밀집 축산업은 가축들에게 스트레스를 심하게 주므로 피해야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축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다른 요소보다 확인되지 않은 소리, 즉 자신이 위험에 빠져있을 수 있다는 신호가 더욱 주요한 요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

많은 반박, 증명이 있어왔어도 "자연적인 것이 가장 좋다"는 인식이 남아있습니다. 이 인식은 완전히 잘못되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합성물, 특히 플라스틱은 전 세계의 많은 생물종을 지켜냈습니다. 코끼리의 상아와 거북의 등껍질같은 것들을 플라스틱이 효과적으로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합성 소재 말고도 석유 자체도 생물종을 보호하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고래 기름은 촛불보다 밝으면서 나무보다 깨끗하게 타올랐고, 가공하면 비누, 식품, 윤할유같이 각종 제품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고래 기름의 높아지는 수요에 고래 종은 절멸 위기에 도달했지만, 석유 도입으로 그 위기를 벗어납니다. 석유는 고래 기름을 완벽히 대체했을 뿐 아니라 유전 하나의 하루 생산량으로 포경선 한 척의 3~4년 생산량을 능가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가 환경을 지키고 신재생 에너지가 환경을 파괴한다.

세계가 탈원전 기조로 흘러가는 지금, 저자는 원전이 환경을 보호하고,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가 환경을 파괴하니 탈원전은 위험하다고 주장합니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공포는 원자폭탄에서 비롯된 것으로, 원전 자체는 안전합니다. 원전 사고는 실제로 거의 없으면서 싼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 시설인 것입니다.

오히려 환경을 우협하는 것은 탈원전 후 도입되는 각종 신재생 에너지입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발전소는 광역적으로 퍼져있어야합니다. 이렇게 널리 퍼진 인프라를 연결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또 신재생 에너지는 기상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흐린 날의 태양광 발전이나 바람 한점 없는 날의 풍력 발전을 위해 백업 발전소가 필요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원자력 에너지의 대체제로서 등장했으니 백업 발전소는 필연적으로 석유 석탄 발전소가 됩니다. 생산단가 높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화석 연료를 또 태우는 것입니다. 혹자는 배터리나 갖가지 수단으로 발전량을 저장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설 역시 고비용인데다 오랫동안 혹은 한 도시 전체를 커버하는 규모로 설치하고 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를 시도했던 계획들 역시 모두 실패했을 정도로 비현실적입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친환경적이란 인식과 달리 여전히 환경에 치명적입니다. 30~40년 수명의 태양전지는 중금속이기때문에 일반적인 폐기물 처리 프로세스를 따르지 말 것이 권고되고, 풍력 발전기는 수많은 멸종 위기 조류를 심각한 멸종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바람길 자체가 조류의 이동 경로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많은 조류는 그대로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많은 탈원전론자들과 NGO들이 화석 연료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규모는 대단히 커서 유력 셀럽과 정치인들마저 화석 연료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고, 유착 관계에 이르는 실정입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많은 환경운동가들의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그 말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요

저자는 지금까지 환경 기후 위기에 대해 알려진 많은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아마존이 불타고 없어진다고 해서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지 않습니다. 식물들은 자신이 배출한 산소를 다시 흡수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도 하므로 아마존은 지구 대기에 유효한 기여를 하지 못합니다. 아마존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아마존이 유력한 산소 공급처이기 때문이 아니라 깊고 넓은 생물 종의 보고이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은 분해됩니다. 햇볕에 노출된 플라스틱들의 색이 빠르게 바래는 것처럼 햇빛은 플라스틱을 분해합니다. 실제로 수행된 연구에서 햇빛을 맞은 플라스틱은 유기탄소와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었습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유기탄소가 되어 바닷물에 용해되고 이산화탄소가 되어 증발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는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중 단 0.03%일 뿐입니다.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때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도 아닐 뿐더러 나무 소비를 늘리는데 일조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비닐백을 종이백으로 대체하는 일이 효과를 보려면 종이백 하나를 수십번 재활용해야합니다.

평균 기온의 상승에 따른 부양 가능 인구의 변화는 실재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즉 평균 기온이 4도 오른 지구가 80억 인구를 감당할 수 없다는 데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4~5도 상승한다 하더라도 식량 생산량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식량 생산량은 비료나 관개 시설, 농업의 기계화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기후 변화는 고강도의 자연 재해를 일으키고 있지 않습니다. 또, 고강도의 자연 재해 자체가 희박하게 발생합니다. "실상을 놓고 보면 우리는 기상 이변의 피해를 크게 보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폭염과 강수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재난 피해 규모를 높이는 중요한 원인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자연 재해로 인한 비용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 재해 자체가 심각해져서가 아니라 인력과 자원이 유익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마이애미 해변엔 근 수십년 간 허리케인에 취약한 고층 건물이 증가했고, 그에 따라 피해액도 치솟았습니다.

환경 식민주의자, 환경 양치기

저자는 많은 개발도상국을 전전해본 결과 환경운동가들의 활동을 대게 현지인, 현지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브라질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한 남동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숲의 면적이 넓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환경을 보호하려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진 이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서구의 환경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잊고, 빈곤한 사람들의 고통을 간과하고 무시합니다. 당장의 단편적인 규제 입법 로비로 인해 넓게 드문드문 퍼진 밭이 숲을 단편화했습니다.

환경주의자들에 의해 막힌 농업의 현대화와 집약화 대신 주어진 기부금은 마치 식민주의같이 현지인의 자생력을 저하시켰습니다. 또 환경 보호를 근거로 FTA를 막는 서구 정부들의 모습은 "아마존 화재 연기를 연막탄 삼아 보호무역주의를 휘두르려는게 아닌가 싶은" 의심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멈춰야 한다

종말론적 환경주의와 오늘날 많은 환경 정책의 기조는 어딘가 빗나가거나 다소 정치적, 이해관계적입니다. 빈곤을 경험하지 못한 서구의 위선, 환경 보호를 방패삼아 실재적인 이득을 확보하려는 이해당사자, 자극적인 것을 찾아가는 언론과 미디어의 혼재는 기후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는 커녕 잘못된 방향ㅇ로 논의가 이루어지게 했습니다.

저자는 환경 휴머니즘을 제시하며 개인적 가치관과 연구에서 다루는 사실처럼 과학과 "종교적 열광" 사이에 선을 긋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환경을 보호하는데 더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