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우리가 안다고 착각하는 세상 #
오늘의 자유무역체제는 세계대전 이전엔 꿈도 못꾸는 세계였습니다. 이전 세계, 산업화로 폭증한 원자재 수요와 소비 시장 수요는 산업화를 거치던 국가들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됩니다. 이러한 국가들은 제국주의 국가로 변모하여 자신의 경제 블록 체제에 편입시킬 식민지를 찾아냅니다. 식민지로부터 원자재를 들여오고, 자국 생산품을 판매하면서 경제 체제를 운영하게 됩니다.
세계 대전을 거치고 승전국이 된 미국은 이전과는 상반된 파격적인 세계 체제를 제시합니다. "브레튼우즈 체제"입니다. 누구나 미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미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별도의 보호 능력을 키울 필요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미국과 아무 상관 없는 제 3국끼리의 무역조차 미국이 해상력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힙니다. 즉 사실상 모든 나라의 경제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배경: 지정학이 지배하는 세상 #
브레튼우즈 체제 이전까지 지정학은 국가 발전이나 운영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어느 지리적 위치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 국가는 특정한 시대에서 빛나는 발전을 이루거나 쇠퇴했습니다.
이집트: 이리 저리 이동하는 기술 #
이집트는 나일 강으로부터 비옥한 토지와 용이한 물자 수송을 얻었습니다. 용이한 수송은 물자 말고도 인력에게도 적용되어, 이집트에서 인구 폭락과 반란은 다른 사회보다 발생 빈도가 낮았습니다. 군대의 기동력 덕분에 정부는 문제가 커지기 전에 문제의 싹을 도려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집트에 접근하려면 이집트를 둘러싼 사막이나 이집트 경계부분 하천의 폭포, 급류를 거쳐야합니다. 덕분에 이집트는 세상과 단절되어 안락한 삶을 누리며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절은 장점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집트 세력권은 20세기에 이르러서도 나일강 너머로 뻗지 못했습니다.
초강대국이 되려다 만 오스만 제국 #
오스만 제국은 적당한 규모의 3개 내해와 유럽에서 가장 긴 강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당대 가장 수익성 높은 교역로의 혜택을 톡톡히 본 오스만 제국은 유렵 대륙 전체를 손아귀에 넣을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실패했습니다. 세상은 그 전에 이미 변했습니다.
나침반과 직각기를 대표로 원양 항해 기술들의 발전은 해상운용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1300년대 유럽의 가장 빈곤한 지역인 이베리아 반도는 원양 항해 기술로 자기 보호 능력을 얻었을 뿐 아니라 오스만 제국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부상 #
바다가 사지에서 거대한 강으로 변모하면서 고립되어있던 "강 유역"들이 온갖 상대들과 교역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전보다 세계는 문화적 경제적으로 응집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영국처럼 해양 문화권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어서, 영국은 압도적인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합니다. 북유럽, 중국 남부, 인도 아대륙, 아랍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권에 영국의 경제적 군사적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합니다.
섬나라 영국은 육군력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실의 다양한 권한을 민간에 위임했습니다. 동인도회사가 대표적입니다. 영국은 식민지를 단순한 수탈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으로 보았으므로 영국을 중심으로 교역 체제를 구축하고자 하게 됩니다. 이렇게 발전한 영국이 불러온 산업 혁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의 지배를 종식시킵니다.
사면초가 독일 #
독일을 순수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가장 명당자리에 위치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각종 강들과 인접한 국가와 지역들이 접근하기 용이했습니다. 베를린은 유럽의 어느 지역이든 도달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반대로 말해 유럽의 어느 지역이든 베를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은 늘 간섭을 받아왔습니다.
독일은 지리적 취약점 때문에 독일 특유의 방식으로 발전합니다. 독일의 지방 정부들과 중앙 정부는 강으로 갈라져있어 지방 정부는 자생하는 법을 터득해내야 했습니다. 가용 자원과 사회 전 계층을 최대한 모두 동원하여 최고의 결과를 가져와야 했습니다.
또, 중앙과 각 지방의 단절을 초래한 지리적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의 기간 시설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각 지역을 철도망으로 연결하여 독일을 하나로 결집시키고자 했습니다. 독일의 산업화는 전 지역에서 영국에 비해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군사 기술로 응용되었습니다. 이미 구축된 독일의 기간 시설, 고품질 고성능 제조업 기반이 독일군을 치명적이게 만듭니다. 독일이 산업화 중 거친 시련은 중앙과 지방을 성공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계기가 됩니다.
독일의 급격한 부상은 다른 유럽 강대국을 한꺼번에 물리치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후 다른 지역에 밀리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등장한 초강대국 #
이집트만큼 전국을 이어주는 하천이 있고, 이베리아 반도처럼 외부와의 접근이 용이한 지역이면서, 영국처럼 원양 항해 기술을 잘 이용하고, 독일만큼 지리적 위치와 기술을 잘 결합해낸 국가가 독일 이후 새롭게 등장합니다.
미국은 가장 단시간에 가장 적은 피를 흘리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땅을 받아냈습니다. 이웃 국가, 캐나다와 멕시코와의 접경지에는 자연 방벽이 존재하고, 영국보다 원양 항해에, 독일보다 산업화에 적합했습니다. 동시에 미국이 성장하는 시기, 유럽은 신흥국을 견제하기는 커녕 자기파멸적인 전쟁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자연적인 수로망은 전국을 잘 이어줘서 인공적인 기간 시설에 투자하지 않고도 활발히 운송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풍부한 자본 창출로 이어졌습니다. 독일이 통일 국가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수천 마일의 운송망을 직접 건설할 동안 미국은 배만 좀 띄우면 그만이었습니다.
미국의 지리적 이점은 수도 뿐이 아닙니다. 미 영토 대부분은 경작이 용이한 광할한 땅덩이면서 비옥하고 온화해서 세계 최대 경작지로서 자리매김합니다.
미국의 영토는 가장 경제적일 뿐 아니라 가장 안전합니다. 남쪽의 국경은 사막이거나 고지대거나 고지대인 사막입니다. 북쪽의 국경은 산맥과 빽빽한 숲, 그리고 로키 산맥이 자리잡고 있어 변변한 기간 시설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이웃 국가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으로부터 쭉 일관되게 험난한 지형들이 이어져있어 미국을 위협할정도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멕시코는 산골짜기마다 지방 토호들이 정치적 권력을 장악해서 멕시코 자체가 하나의 국가보다는 "작은 멕시코"들의 집합에 가깝고, 캐나다는 국토가 지형적으로 다섯 조각으로 나눠지면서 지방 정부들의 독립 리스크가 실재합니다.
미국의 양 옆은 모두 바다로 이루어져 북미 국가 외에 미국을 위협하려는 국가는 바다를 건너오는 수고를 거쳐야합니다. 역사적으로 나폴레옹, 히로히토가 경험했듯, 바다 건너 침공을 감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현실적인 문제에 자주 부딪힙니다.
미국은 월등한 항구 건설 잠재력, 인근 위협 해상 세력의 부재, 강력한 내륙 수로와 근교 수로는 미국이 막강한 해양 세력으로 부상하게 했습니다. 미국의 강들은 내륙 도시를 대규모 항구 도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미국은 자국 주위의 국가가 위협적이지 않으므로 육군에 물자를 집중시키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남은 힘은 해군력을 키우는데 활용되었습니다.
미국은 자본의 확보와 운용에 있어서도 독보적입니다. 세계 최대규모의 경작지, 한데 통합된 수로와 지리적 여건으로 미국은 자본이 "남아돕니다". 독일에서는 위협 세력, 적은 자본, 수적 열세가 걸림돌이었으므로 항상 모든 것이 조율되어야 했고, 독일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은행에 압력을 넣으면서 자본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필요도 없고 전략적인 위협 세력도 전무합니다. 즉, 미국은 세계 최고의 자본 기반을 가지면서 자본의 필요도는 가장 낮은 나라입니다.
지정학을 매수하다 #
미국이 지리적 여건을 삼아 세계 초강대국이 되면서 세상의 면모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지정학이 작용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미국은 해상 세력으로서 성장한 세력입니다. 고도의 기동력을 갖춘 군사력과 월등한 화력으로 분쟁 지역에 신속히 투입하고 적이 대응하기 전에 신속히 철수하는 전쟁을 선호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승전국으로서 새로 손에 놓은 광할한 지역 전부를 감시하려고 한다면 미국은 해상 세력으로서 보유한 기동성을 포기했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 대부분의 지역을 점령하기에는 수적으로 역부족이니 평화적 시기에 필요한 미 육군이 전시에 필요한 육군의 수준을 능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다른 국가들을 점령하는 기존 체제 대신 (1)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 (2) 모든 해상 운송의 보호 (3) 전략적 우산을 골자로 하는 브레튼우즈 체제를 제시합니다. 이 체제로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되었던 고갈되지 않는 소비 시장과 풍부한 가용 자원이 해결되었습니다. 동시에 훨씬 튼튼한 안보 체계를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그 어떤 나라도 필요하지 않았으므로 이 체제로 세계를 유럽의 손아귀에서 풀어주고 유럽 국가들을 브레튼우즈 체제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유럽 국가들이 해군력을 보유할 구실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오랜 세월동안 경제 성장과 안보에 애써온 나라들은 두 가지 모두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부와 안보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 되면서 제국주의의 위협은 사라졌고, 통합된 적 없었던 영토들이 근대 국가로 통합되었습니다. 지리적 결함이 브레튼우즈 체제로 인해 효력이 중단되고, 서로에 대한 적대감도 잠정적으로 중단되었습니다.
값비싼 골동품 #
미국에게 브레튼우즈 체제는 경제 전략보다 전략적 수단에 가깝습니다. 미국은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군사력을 설계하고 배치하며 해로를 순찰합니다. 미국에게 있어 세계 무역은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지금의 세계 무역 체제가 지속되는 것은 미국이 체제 유지 비용을 전담하기 때문이지만, 세계 무역이 주요 목표가 아닌 것입니다. 이 체제에서 미국이 전략적 이득을 더 이상 얻지 못한다면 이 체제는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증가하는 비용과 축소되는 비용 때문인지 미국은 냉전 이후 자유 무역 체제에서 손을 떼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인구 구조의 격변 #
최근 전 세계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인구 문제가 심각하여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정도입니다. 책에서 소개한 러시아, 스웨덴, 일본의 사례에서 세 국가는 각자 인구 문제 해결에 실패했고, 유럽과 중국도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이라 진단합니다. 동시에 유일하게 미국만이 인구 문제에서 자유롭고, 실제로 인구 구조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녀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다른 나라보다 더 늦게, 더 약하게 발생하면서도 인구 감소 현상을 역전시킬 더 큰 역량을 가졌습니다. 동시에 "이민자의 나라"로서 다른 문화권보다 훨씬 수월하게 이민자들을 자국 문화에 편입시킵니다. 또한 미국의 인구 감소는 겨우 한세대동안 발생해서, 지금 미국 Y 세대의 수가 X 세대 수보다 35% 더 많습니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 구조를 역전시키는 세대가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셰일의 부상 #
미국의 셰일 시추는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뒤바꾸기 충분했습니다. 셰일 생산량과 매장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 미국은 사우디보다 더 많은 석유와 러시아보다 더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했습니다. 셰일 채굴만으로도 북미 에너지 자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에너지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지면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이탈할 확률이나 속도는 더 높아집니다.
다가오는 세계 무질서 #
미국은 지리적 여건때문에 부가 창출되고 안보가 튼튼하며 여전히 기회가 넘칩니다. 오늘날 미국이 놓인 경제적 여건, 전략적 여건,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하면 미국은 자유 무역 시대를 종결시킬 것이 (저자의 표현으로) "예측하는 것조차 쓸데없는 짓"입니다.
세계를 나누는 여섯 개 부류 #
실패하는 국가 #
시리아, 그리스, 리비아, 키르기스스탄 등은 브레튼우즈 체제가 사라진 세상에서 생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국가 정체성이 확고하게 형성되지 않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취약합니다.
분산되는 국가 #
러시아, 중국, 볼리비아, 수단 등은 실패하는 국가와 더불어 새 시대에 대한 생존 역량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충분한 식량, 에너지, 원자재, 자본, 시장, 안보 중 적어도 세 가지가 미흡합니다. 장기적으로 이것들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힘든 역량의 국가들입니다. 하지만 압박은 견딜 만한 수준이므로 중앙 정부만큼은 유지됩니다.
퇴화하는 국가 #
브라질, 인도, 헝가리, 사우디 등은 일반 국민의 소비기반, 정부의 정통성, 충분한 식량 혹은 에너지, 시장 등의 요소들 가운데 일부가 결여되어있습니다. 이 국가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할 역량이 있고 중앙 정부는 여전히 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국가 #
영국,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필리핀 등은 지금 누리는 수준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들도 변화는 필요하나 붕괴되지 않을 역량과 필요한 것을 확보할 역량이 있습니다.
떠오르는 별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앙골라, 터키 등의 국가들은 혼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합니다. 이들은 지리적으로 명당이거나 초강대국과 함께 행동할 수 있습니다.
공격적인 국가 #
독일, 일본 우즈베키스탄, 사우디, 러시아 터키 등은 새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바깥으로 진출하려합니다.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새로운 체제, 정치적 관계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미국을 동반자로 두기 #
저자는 메국이 네가지 이유로 꼭 곁에 두어야 할 국가라고 지적합니다.
시장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적어도 세 배는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정세가 악화되면 미국은 안보, 안정성, 규모, 체력 등에서 다른 시장을 압도하게 됩니다.
자본
미국은 자국 내에서 창출하는 자본만 해도 풍부하면서, 그 안정성 때문에 불안정한 나라를 탈출하는 자본들을 유입시키기도 합니다.
사실 세계가 호황이었던 1990년대에도 당시 미국 GDP의 6%가 넘는 금액인 5조 달러 이상이 미국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안보
모든 국가들은 국가 방어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한정된 물자들을 재배분해야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 보호를 위해 국방비를 대규모로 소모하므로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이탈하게 되면 군사력을 더욱 증대시키더라도 국방비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안보상 대단히 안전한 국가입니다.
무역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 유지에 힘을 쏟지 않더라도 여전히 나머지 국가의 세배에 달하는 해군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최소한 근 미래에 미군은 초대형 항공모함을 12척을 보유합니다. 해군력은 자국 연안과 선박을 보호하는데 활용되면서도 그 정도가 비대하므로 언제 어디서든 화물을 선적하거나 하역할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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